[일상] 사는게 뭐 다..

결혼기념일...에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보니

neojoy 2010. 3. 10. 12:14
2002년 오늘 난 결혼했다.
회사동료였던 와이프를 첫 눈에 보고.... 반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제법 맘에 들어 눈여겨 지켜보다 며칠만에 바로 의도를 드러내고는.. 이내 애인만들기에 성공했더랬죠.

그렇게 맘에 드는 여자와 결혼을 한다는 건 꿈, 환상 그 자체였고 세상은 온통 무지개 빛으로 변할 듯 했다.

그런데..말야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3년 연애하면서 내가 눈과 귀를 감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와이프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 넘 많았고 왜 이토록 나와 다른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난 내 뜻대로 내가 살아온대로 우기기를 하고 와이프는 자기 방식이 무슨 문제냐고 하다 보니 자주 다투고, 다투지 않으면 서로 속으로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2,30년을 다른 환경, 다른 가정에서 살아온 남남 둘이 한 집에 오순도순 산다는 게 얼마나 큰 희생을 요구하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한동안은 결혼에 대해 심각한 회의감이 들었었다.

허나..
똑같은 주제로 다투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이젠 서로간의 대사도 다 외울지경이 되버리니 더 이상의 다툼은 의미(?)가 없어지고 8년이란 세월에 굳어진 뻘쭘함만이 둘 사이에 장벽처럼 놓여있었다. 싸우다 지쳐 화해를 하고 보니 다시 예전의 친밀한 모습으로 돌아가기가 참 뻘쭘하다.

가끔은 내가 미친 척, 가끔은 와이프가 미친 척 친근한 몸동작을 해보며 그 굳건한 뻘쭘함들을 치워버리고는 있지만 8년동안 굳어진 게 어느날 갑자기 풀리진 않는다. 그래도 요즘 우리 부부는 서로간에 주고받던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것 만으로도 충분히 살 만하다.

남자든 여자든 결혼을 하려거든 단디 알아야 할 게 있다.

아버지 세대와 달리 요즘엔 결코 남자에게 편리함을 주는 결혼은 없다.
(돈만 벌어다 주면 되지,, 하는 생각을 버려라, 편리하려거든 혼자 살아라)

와이프의 경제적 활동유무를 떠나 남자는 최소한 집안일의 40% 이상을 맡아야 한다.
(왜 50%가 아니냐고 여자분들 따지지 마시라. 지금 수준이 너무 낮아 40%도 의욕목표치다)

서로간의 사소한 차이점은 맞고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며, 그냥 다를뿐임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네가 살아온 방식이 다 맞는 것도 아니며, 우리 엄마가 해주는 김치찌게가 정석이 아닐 수도 있다)

자신의 삶의 방식이 세상의 철칙이라고 자신하지 마라.
(니 절친외에 아무도 그리 생각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꼴통' 소리만 들을 것이다)

와이프의 이야기 하나하나에 결론을 내려고 덤비지 마라.
(니한테 판정해달라고 얘기하는 거 아니다, 그냥 듣고 끄덕임만으로 니 역할은 충분하다)

와이프는 위 모든 사항에서 신랑이 조금이라도 노력한다면, 지 딴에는 엄청 양보하고 배려한 것이니 평가 해줘야한다.

8년을 살고서야 남자가 아닌 신랑으로서 살아야하는 이유를 조금은 느낀다.
어쩌면 은혼식 금혼식을 치르는 어르신들은 정말 신의 경지에 오른 분들이 아닐까?

결혼해서 권리만 갖고 책임은 우야든동 최소화하고자 한다면, 빵구 끼고 냄새안나길 바라는 어리석음이니 그리 하려거근 죽도록 연애만 하시라...^^

결혼은.....
나만의 공간을 제공하는 기숙사 1인실이 아니다.
좀 저렴하지만 번거롭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2인실이기 때문이다.

>> 10.03.20
어제 MBC스페셜에서 비슷한 내용의 방송이 있었네요.
http://www.tvreport.co.kr/main.php?cmd=news/news_view&idx=40357

연애, 결혼,, 할 때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알고 덤벼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