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12

뛰어!

"추석이 가까워졌습니다…" 국민학교 국어책 어딘가에 나오던 첫 문장인데, 해마다 추석이 되면 생각난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후에 출발을 해서 배고파도 가게 마칠 때 까지 참았다가 정말 배터지게 저녁을 먹고는 또 장인어른과 이런 저런 영양가 없는 얘기들을 주고 받고는 정작 내 하고픈 얘기들을 놓치곤 했었는데, 오늘은 그러지 말아야지. 이번엔 먼저 던진 화두도 있고 하니 얘기를 좀 들어주시겠지? 허나, 그 얘기들을 어떻게 잘 풀어야 할지 고민이다. 젊은 사위놈이 직장을 때려치고 뭔 딴일을 한다고 하니 걱정하시는 건 당연지사일 게다. (늘 그랬었는데도)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회사만큼 봉급 따박따박 주는 데가 어딨다고 관두고 맨땅에 헤딩을 하겠다고 그러냐?' 아마 말씀은 달라도 속마음의 질문은 이러지 않겠나. ..

지금을 버려야 미래를 가질 터인데..

올해로 만 15년. 대학을 졸업하고 당시엔 잘 나가던 삐삐 회사에 입사했다. 영업,마케팅만 죽 차게 8년 반을 하다가 지금은 7년째 통신관련 민원업무를 보고 있다. 참 재미없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게 사람의 에너지를 이토록 빼 먹을 줄이야.. 88학번 잘 나가던 패기와 열정은 지금은 온 데 간 데 없고 태엽 달린 인형처럼 그려진 궤도를 따라 돌고만 있는 모습이 가끔은 낯설기도 하다. 앞으로 이 짓거릴 못 해도 20년은 더 해야 될 텐데,, 물론 그 전에 회사에서 날 냅두지도 않겠지만, 許 한다 해도 내가 먼저 발길 돌릴 것 같다. 더 늦기 전에(오십이 되기 전에) 시원 찮아 보여도 내 일을 찾고 정년 걱정하지 않고 살면 월매나 좋을까나? 동남아시아 이민, 귀농, 제주에 갈까?… 별별 생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