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격한쾌감 격투기

UFC 115 못내 아쉬운 크로캅

neojoy 2010. 6. 15. 21:40

뒤늦게 UFC 115 경기를 봤다.

 

메인이벤트는 척 리델 VS 리치 프랭클린 경기였지만(둘 다 미국선수), 나를 포함한 한국팬들은 아마도 크로캅 VS 팻 배리 전을 더 기다렸으리라. 과연 크로캅이(UFC 에서 5전 2승 3패) 과거 프라이드(PRIDE FC) 시절의 화끈한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와 함께.

허나, 그 기대는 1R 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최고의 타격가였던 크로캅이 팻 배리의 주먹에 두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으며 나가 떨어졌다. 허나, 팻 배리 또한 K-1 출신의 타격가여서  쓰러진 크로캅을 향해 추가 공격을 퍼붓지 않아 바로 일어서 다시 싸울 수는 있었지만.. 크로캅의 부활을 기대했던 팬으로선 적잖이 실망스러웠음을 부인할 수 없다. ‘불꽃하이킥’은 커녕 스탠딩 상태의 주먹교환에서 밀리는 크로캅의 모습은 보고도 믿고 싶지 않은 심정.. 뭐 그런 찝찝함이랄까?

천만다행으로 1R 에서의 고전을 극복하고 2,3R에서는 그라운드 플레이를 펼치며 네이키드 초크로 끝내는 크로캅이 승리하기는 했다.

근데 크로캅의 완벽한 부활 운운하며 브록 레스너, 세인 카윈 등을 꺽어 주길 바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예전 타격만을 고집하며 그라운드를 피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나름 진화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는 있겠지만, 크로캅의 팬들은 그가 노게이라처럼 승리하는 걸 원치 않는다. 왜냐면 그는 불꽃하이킥의 대명사인 크로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어렵게 링에 돌아와 힘겹게 탭아웃을 받아 승리해도 똥 누고 안 닦은 몹쓸 기분인 것이다.

그래도, 그래도 난 크로캅을 응원하고 싶다.

K-1에서 어네스트 호스트 꺽지 못하고 결국 종합격투가로 변신해도, 세기의 경기라 불리며 치룬 게임에서도 비록 표도르를 넘지 못했지만, 늘 패하고도 불사조처럼 살아와 복수의 하이킥을 날리던 그를 쉽게 잊을 수는 없다.

어쩌면 이젠 그런 모습을 다시 보기 어려울 지 모른다. 허나, 그가 예전에 우리에게 안겨준 감동의 경기들은 여전히 맘 속에 그대로 존재하기에 그의 팬이기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마이 애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