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탈출] 제주귀농 도전기? 실패기

뛰어!

neojoy 2009. 10. 1. 10:30

"추석이 가까워졌습니다…"

국민학교 국어책 어딘가에 나오던 첫 문장인데, 해마다 추석이 되면 생각난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후에 출발을 해서 배고파도 가게 마칠 때 까지 참았다가 정말 배터지게 저녁을 먹고는 또 장인어른과 이런 저런 영양가 없는 얘기들을 주고 받고는 정작 내 하고픈 얘기들을 놓치곤 했었는데, 오늘은 그러지 말아야지. 이번엔 먼저 던진 화두도 있고 하니 얘기를 좀 들어주시겠지?

   

허나, 그 얘기들을 어떻게 잘 풀어야 할지 고민이다. 젊은 사위놈이 직장을 때려치고 뭔 딴일을 한다고 하니 걱정하시는 건 당연지사일 게다. (늘 그랬었는데도)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회사만큼 봉급 따박따박 주는 데가 어딨다고 관두고 맨땅에 헤딩을 하겠다고 그러냐?' 아마 말씀은 달라도 속마음의 질문은 이러지 않겠나. 우리집 어른들도 난리가 날 게 분명하다.

   

예전 국민학교때 등교길에 그 날 가져 가야 할 준비물을 깜박했다는 걸 알았을 때 어찌나 당황했었는지,, 다시 가지러 돌아가기엔 지각할 게 분명하고, 그렇다고 그냥 가자니 걱정이 태산이고,,, 참 지금 생각해 보면 그깟 준비물 한 번 놓치는 게 무슨 대수라고 어린 맘에 그리도 걱정을 했을까 싶은데 그 땐 정말 왜 그리도 유도리가 없었던지 내 자신이 갑갑시럽다. 그런 보수적,수동적 성향이 몸에 베어서 그런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을 갈 때도 그랬던것 같다. 가고싶은 학교에 성적이 미치지 못하면 까짓거 재수 함 할 수도 있는데 잔뜩 겁을 먹고는 하향신청을 해서 들어간 대학은 두고두고 맘에 걸리니 참으로 어리석고 바보같은 사람이 아닌가?

   

요즘 세상이야 남들이 다 YES 라고 할 때 NO 라고 할 줄 알아야 한다고들 하지만, 내 어릴때만 해도 남들 다 가는 길로 가야지 그게 장땡이다라고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참으로 널픈수 없고 개성없는 고지식쟁이가 돼 버린 것 같다. 썩 나을게 없는 현재에 안주하고, 사소한 변화도 두려워 하는 모습이 너무 싫어진다. 젊은 시절 좀 더 과감하게 변화에 부딪혀 보지 못한 아쉬움이 큰 것이다.

   

마흔이 넘이 이제야 두려움을 없애고 변화에 부딪히려 하니 그것도, 직장을 때려치고 아무런 보장없는 일에 던지려 하니 주변의 반대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리라. 올해로 직장생활 16년. 남들처럼 고교졸업하고 군대갔다 오고 어찌어찌 직장에 들어와 지금껏 살았지만 내 자신을 다 보여주기엔 세상에는 주연배우들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 첨탑의 뾰족한 곳을 향했지만 항상 지하에 존재하고만 있다는 자괴감. 남들처럼 집 한채 갖지도 못했고, 번듯한 중형차 한 대도 갖지 못했고, 빵빵한 주식계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처럼 골프친다고 필드 어쩌고저쩌고도 못해봤고,,,, 나름 살았는데도 이러니 한심한 생각에 느는건 담배뿐이라.

   

이 고리를 벗어야 한다. 이 족쇄를 끊어야 한다.

이제 그것을 하려는 것이다. 남들보다 늦을 수도 아니 어쩌면 빠를 수도 있을꺼야. 넥타이 메고 직장에서 자리 하나 꽤 차고 있다한 들 유치하고 얇팍한 자기만족외에 뭐가 더 있었던가?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급여에 목메어 밧줄묶인 강아지처럼 좁은 영토를 왔다갔다 하는 나약한 생물체를 죽여야 한다. 어쩜 '산 입에 거미줄 치겟어?' 하는 무모한 객기도 가끔은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리라.

   

빌게이츠가 그랬던가? change 에서 g 만 c 로 바꾸면 chance 가 된다고.

변화는 두려운 게 아니라 기회를 잡는 거라고. 그래 내게 새로운 기회가 오는 것이야. 42.195km 반환점에 막 도착한 나이다. 이제 앞으로의 반절은 어제의 반절과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