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 금요일.
오후 4시 회사에는 적당히 둘러대고 서둘러 중앙고속도로로 향했다.
네비의 조언으론 진주까지 340km 니 3시간 반은 족히 걸리리라. 늘 그렇듯 막판 네비의 실수인지 나의 오판인지 서진주IC 에서 제대로 빠지질 못해 꼬박 4시간을 채워서야 작은아버지댁에 도착했다.
만 2년만이지 아마. 재작년에 어른들 모시고 아이들 데리고 왔었으니…
이름도 화려한 ‘춤추는 오징어 회무침’ 식당에서 맛나게 쏘주와 곁들인 오징어 안주는 환상이었다. 출발 전부터 얘기해 놓은 게 있던 터라 작은아버지도 내 얘길 궁금해 했다.
요즘 직장에 대한 내 생각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드리고 조언을 구했다. 당신도 내 전활 받고 많은 고민을 하셨음이 역력하다. 허나, 마땅한 job을 찾기란 역시 쉽지 않으니 그것이 문제로다.
그나마 새로운 사실은 큰고모가 금서면 옛 집을 아직 팔지 않고 가지고 계신다는 것과 점득이누나가 그 근처 어딘가에서 자형과 농사도 짓고 양봉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같아서는 누나네 집을 꼭 가봐야 하는 데 다음날 사정은 그리 되지 못했다.
큰누나는 역시나 오질 않고 오전에 작은아버지와 할아버지 산소에 가 보고는 다시 진주로 복귀해 버렸다. 거제서 일한다는 대근이도 보고 작은어머니도 뵙고는 서둘러 인사를 드리고 산청을 향했다.
먼저 간 곳은 다시 원지였다. 빈 터만 남아있는 엣집을 둘러 보고, 그리 향하던 골목길에서 셧터를 누르며 묘한 기분에 쌓였었다. 5살때 떠났으니 지금으로부터 36년전인가? 세월은 역시나 초고속임에 틀림없다.
곳곳에 일부만을 남기고 있는 옛모습들.. 집들은 거의 다 바뀌고 골목길도 절반 이상은 그 모습이 사라져 옛 기억을 짜 맞추는 데 훼방꾼 노릇을 했다. 그래도 남아 있는 곳곳의 흔적들은 수십년전 내 모습을 읍내 극장화면에서 보는 듯 하다. 신안초등학교 또한 많이 변했으나 녹슨 철봉이나 미끄럼틀 등은 그 모습 그대로 날 반겨준다. 스물 한 살에 한 여학생을 떠 올리던 그 나무옆도 여전하다. 그 때 이 나무아래 서서 십년 후에 다시 꼭 와봐야지 했었는데, 난 나와의 약속도 10년을 어겨서야 지키고 말았다.
또 언제 다시 이 곳을 찾게 될까? 그 때도 지금을 기억하려 할까?
도시의 삶을 접고 귀농을 결심한 후에는 농촌의 모습을 감상적이 아닌 현실적으로 봐야 하지만 고향앞에선 참 쉽지 않다. 어릴적 나와 내 가족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상한 세계인 것이다. 타임머신 여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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