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 전에 세기의 대결이라며 ’60억분의 1’ 격투황제 표도르와 경기를 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 온 방송과 언론이 떠들석했기에 웬만한 축구 한일전 만큼의 인기를 모았었다. 그 만큼 크로캅은 강했고 기대이상의 경기를 보여줘 왔었다.
허나, 오늘 10살 아래의 브라질 신예 주니어 도스 산도스와의 경기에서는 예전의 명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도 이제 속된 말로 한 물 간 것인가? 한 때 열혈팬으로서 참으로 씁쓸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작년 K-1 WGP 준결승에서 바다하리에게 몰리며 올드팬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던 ‘K-1의 전설’ 피터아츠만큼이나 아쉬운 감정을 불러 일으겼을만 하다. 물론 안티팬들은 그가 일본 PRIDE 에서 활약할 때 약자들만을 상대로 쉬운 경기만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그가 남긴 경기 영상은 항상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남자들만의 뭔가가 분명 있었다.
어쩌면 크로캅의 기운이 꺽인 것은 누군가의 말처럼 어제가 아닐 것이다. 이미 UFC 에서 가브리엘 곤자가에게 본인의 주특기인 하이킥으로 (떡?)실신패를 당하고, 빅3 등에 한참 밀리는 칙콩고에게도 제대로 된 공격포인트 없이 수세에 몰린 경기를 하고, 한 때는 한참 아래였던 알리스타 오브레임에게 굴욕을 당할 때 이미 결정난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크로캅의 팬으로서 철장에 아직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 그럴 것이라는 안일한 자위를 하고 싶었음이라..
어제의 경기도 1라운드부터 시종일관 하드웨어에 밀리고 젊은 패기에 짓눌려 제대로 된 공격이라곤 두 세번에 그쳤고 3라운드 초반에는 위기상황도 몇 번씩 맞으며 결국 경기를 포기하고야 말았다. 어쩌면 더 진행되어 봐야 민망한 꼴만 보여주기 십상이라 그리 결정했으리라.. 통상 PRIDE 에서는 크로캅의 왼손 잽을 맞고 휘청해야 달려들며 펀치를 날리거나 필살기인 하이킥으로 마무리를 할 수 있는데, 산도스의 하드웨어가 헤비급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체격이라지만 크로캅의 왼손 잽을 맞고도 끄떡없이 바로 역공격이 나왔으며 크로캅의 미들킥에 의한 몸통공격이 전혀 나오지 못하게 하고, 왼손 잽 또한 그리 많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뭔가를 갖췄음이 분명했다. 어쩌면 크로캅은 심리전에서 이미 경기시작 10초만에 졌는 지도 모른다. 첫 부딪힘이 있고선 바로 위축된 모습으로 일관된 모습이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티팬들의 말대로 선제공격적이지 못한, 잔머리굴리는 게임을 하는, 이길만한 게임만을 추구하던 그의 경기방식이 UFC 에서는 이제는 더 이상 먹히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심히 크다.
다 잊고 26일(토) K-1 경기나 봐야겠다. 바다하리의 위력을 또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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