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을 얘기하자면
지난 8월말을 기점으로 두 달간의 농장일을 관두고 부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수 많은 밤을 고민하며 선택한 제주귀농의 꿈을 일단은 접게 되었지요.
이유는…
뭘까요?
제가 다시 제주로 오는 날까지 묻어두렵니다.
귀농을 한 번쯤 고민한 사람이라면 다 그렇듯
직장생활 16년을 던지고 귀농을 선택한 이유는 참으로 다양하다.
누구나 느끼는 각박한 도시의 삶, 직장에서 잃어 버린 듯한 진짜 내 모습..,
시키는 일 말고 내가 자진해서 하는 일, 이미 부풀어 올라 버린 도시산업, 농업의 새로운 가치(?)발견 등등
수 많은 이유들은 아직은 버틸만한 직장을 버리기에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 줬고, 그러고도 셀 수없는 많은 밤들을 소비한 끝에 남은 평생의 직업으로 삼으리라 결단을 내렸었다.
어쩌면 도시인이 느끼는 귀농의 이유는 다양한 듯 보여도 사실은 간단명료하다.
도시탈출, 주체적인 삶에 대한 욕구
두 달전인 6월 28일.
애마에 이불이랑 옷가지를 싣고 다시는 이 차로 육지 밞을 일이 없을거라며 육지와 차에게 어설픈 인사를 건네게 하고는 배에 몸을 실었다.
6월29일 부터 시작된 제주에서의 농장생활(취농)
유달리 더웠던 올 여름은 그간 편안(?)했던 육신에 복수라도 하듯 미친듯이 열공격을 퍼 부었고,, 그럼에도 나름 잘 버티며 하루하루 제주의 모습과 미래의 모습을 그리며 살았다.
이토록 힘듦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댓가를 바라기 어려운 농업의 현실앞에 가끔은 내 선택에 의문을 품은 적도 있지만, 이 또한 어느 정도는 예측했던 터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세상의 그 어떤 일이 쉬운 게 있단 말인가? 직장생활은 쉽나? 사업은 쉽나? 농업도 사람의 일이니 힘든 일이 있으면 분명 그 반대편의 열매도 있을 것이고, 어렵다고 다들 난리니 오히려 더 도전해 보고픈 욕구가 더 생겼었다.
최소 1년은 겪어봐야 어느 정도 농촌에서의 삶을 짐작이라도 할텐데,, 어쩌면 두 달간의 농장생활은 쌩고생만 하고 아무 이득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허나, 책상머리에 앉아서 보던 것과는 분명 다른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고 자신하며 좀 더 구체적인 농업의 모습에 다가섰다고 자신하고프다.
그간 귀농한다고 온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는데..
사실.. 넘 빠른 도시로의 복귀에 그들 볼 낯이 없다. 내 평생 이런 민망함이 또 있으랴??
수 십년 곁에 머물며 귀농의 도전에 큰 힘을 줬던 친구들,
과감히 사표 던지고 나가니 잘 돼라고 응원줬던 직장 동료들,
그리고 블로그나 트위터를 통해 응원을 보내 주셨던 여러 온라인 지인분들..
석연찮은 저의 결정에 적잖은 실망을 느끼시리라 봅니다.
허나, 아직 전반전도 끝나지 않은 시점이니 섣부른(?) 실망은 잠시 접어 두고
저의 새로운 도전을 (美친 척하고) 한 번 더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2010. 09. 01 제주 우당도서관에서 neojo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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