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탈출] 제주귀농 도전기? 실패기

"시골 똥 서울 똥" 을 읽고

neojoy 2010. 5. 5. 00:03
요즘 귀농을 준비하며 안전하고 제대로 된 먹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런 저런 종류의 책이나 다큐들을 찾아본다.
최근에는 (사)전국귀농운동본부 도시농업위원장을 하고 있는 안철환님의 책
"시골 똥 서울 똥 (순환의 농사, 순환하는 삶)"이란 책을 봤다.



'똥이 순환되어야 생명이 산다.
우리 조상들은 똥을 소중하게 다뤘다. 밥은 나가서 먹어도 똥은 기필코 집에 와서 쌌을 만큼 귀한 자원으로 여겼다. 똥이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거름의 재료로 쓰인 탓이다. 똥이 순환한다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환경오염, 생태계의 파괴 문제는 밥과 똥의 순환이 끊긴 데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흙과 곡식과 똥의 순환 관계에서 핵심고리는 똥이다. 똥이 없어도 농사는 가능하다. 그러나 결국 흙과 곡식은 다 망가질 것이다.'

이 책이 얘기하는 것은 간단하다.
자연의 순리대로 생명의 순환고리를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데 죄송하게도,, 하필이면 이 그 주인공이다.



이 책에는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차이에서 부터 세계 역사를 아우러는 화장실에 대한 얘기와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생태뒷간 만들기까지 농업과 자연순환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물론이고 먹거리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얘기꺼리를 한없이 던져준다.

'초식동물인 소나 염소, 양 등은 육식동물인 호랑이 사자보다 성격이 온순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원숭이 중에도 육식을 하는 고릴라나 침팬지가 초식을 하는 오랑우탄이나 긴팔원숭이보다 성질이 사납다. 그래서 침팬지는 인간처럼 부계중심의 집단사회를 이루어 살며 1인 권력이 강하다. 최고 연장자가 최고 권력자가 되는 고릴라 사회와 달리 가장 힘 센자가 권력자가 되기 때문에 침팬지 사회는 더 복잡하고 갈등이 많다. 그래서 권력에 저항하거나 권력 싸움에 밀려난 놈들은 처첨하게 보복을 당한다. 무리 간에 전쟁도 곧잘 벌어지고 전쟁에서 패한 무리는 집단 학살까지 당하기도 한다.'
(본문중에서)

육식을 하는 침팬지 사회를 보면 언듯 인간과 착각을 일으키듯 닮아 있다. 
요즘 아이들의 부실체력과 다소 폭력적인 점들은 모두가 음식에 그 원인이 있다는 건 방송에서도 여러 번 소개된 적이 있다. 단순한 예이긴 하지만 그만큼 먹는 음식의 중요성을 확인시켜 주는 듯 하다.


프랑스의 위대한 군주 루이14세가 만든 베르사유 궁전에는 민망하게도 화장실이 없었다. 아름다운 궁전에 더러운 화장실을 지을 수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니 궁전에 들어가려면 요강을 휴대하고 가든가 그나마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왕을 기다리는 동안 복도의 커튼 뒤에다 몰래 실례를 해야 했고, 여자들은 펑퍼짐한 치마를 입은 채 서서 몰래 일을 보아야 했다. 그러다보니 왕을 기다리는 복도는 늘 지린내로 가득했다.
(본문중에서)

이런 더러운(?) 서양인들이 지금의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한 지는 19세기말이고, 20세기에 들어와서도 부유한 사람들이나 이용할 수 있었단다. 차라리 우리의 뒷간이 훨씬 더 깨끗했던 것이다. 이런 역사로 화장실(restroom) 문화가 우리보다 좀 더 발달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채식위주의 우리네는 굵은 똥을 한 방에 탁! 하고 쏴 버리기에 화장실에 있는 시간도 짧았지만 육식에 익숙한 유럽인들은 화장실에 앉아 있어야 할 시간이 더 길었기에 화장실이란 단어가 restroom 이라고 했다고도 한다. 일리가 있는 듯 하다.

물론 요즘시대의 우리도 한 방에 굵고 건강한 똥을 제대로 배설하지 못하지만... 이게 다 제대로 된 먹거리멀어진 삶을 살아서 그런 걸게다.

난 지리산 아래 경남 산청이 고향이다.
어릴적 이모집 화장실은 마당 저 편의 높다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린 내게는 높은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밑에 자리잡고 있는 돼지가 무서워 화장실 가는 걸 꾹 참곤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명 똥돼지를 키우고 있었던 거다. 내가 볼 일을 볼 때면 훤히 보이는 밑에 있는 시커먼 돼지는 꿀꿀거리며 나의 분비물을 냅다 받아 챙기곤 했다. 가끔은 돼지 머리통위에 휘갈기기도 하고...;;
그 당시 이모집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똥의 순환원리를 그대로 지키고 살았던 것이다.

도시에 살며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똥과 거름, 화장실 등에 대한 신기하고 재미있는 얘기들을 접하며 농업에 대해, 우리의 바른 먹거리에 대해, 환경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가 됐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가 싼 많은 똥들을 거름으로 순환시키지 못하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바다에 버린다고 하니 우린 살면서 자연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는 걸까?

자연에 입힌 그 피해는 사실 우리 밥상에 제대로 되지 못한 음식을 받음으로써 우리도 그만한 댓가를 치르고 있는지 모른다. 

귀농을 하게 되면 이런 불가해한 일들에 일조를 할 수 있을지,,, 제대로 된 순환적인 삶을 통해 정상적인 먹거리 생산에 동참하고픈 욕구가 살살 인다.


시골똥 서울똥: 순환의 농사 순환하는 삶
카테고리 기술/공학
지은이 안철환 (들녘,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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